세월이 지나면서 음악소비 행태가 LP - 카세트테이프 - CD로 변화했다.
90년대 [이문세],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이 나오면 동네 레코드 가게에 가서 테잎을 5천원 ~ 6천원을 주고 구입했다.
이것저것 모은 앨범에 좋아하는 곡을 복사해서 모음집을 만들었고, 새벽1시, 잠을 참으며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나오는 노래를 녹음 했다.
학교가는길, 집에 오는길에 아이와 카세트로 좋아하는 음반을 듣는건 커다란 즐거움 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CD라는 놀라운 매체가 등장했고 나는 카세트 테이프의 약해빠진 속성이 맘에 안들었다.
CD는 아주 견고했고 카세트 테이프처럼 씹히거나 반복해서 많이 들으면 늘어나지도 않았다.
스크레치가 나면 튀거나, 에러가 나기도 했지만 테이프에 비해 내구성이 더 좋았다.
어느날 현타가 왔고 괜챦은 앨범 몇장만 남기고 200여장의 카세트 테이프를 버렸다.
세월은 돌고 도는법.
음덕들의 마음속에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카세트 테이프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해외 가수들, 국내 인디 뮤지션, 아이돌까지 카세트 테이프로 앨범을 냈다.
사람들은 음악은 감성으로 듣는거라는걸 알게된다.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바이닐을 찾는 사람이 있고 아직까지도 바이닐이 팔린다는 건 사람들은 편리함 만을 기준으로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음악을 아주 쉽게 소비할 수도 있지만 다소 번거롭더라도 예전의 추억을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한달에 한번정도는 카세트 테이프를 구매한다.
이번에는 Rage의 XIII과 Van Halen의 Best모음곡집, 델리스파이스의 3집 슬프지만 진실...을 구입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카세트 테이프들.
뒷면에 곡의 제목을 친절하게 번역한 건 그 시절의 나름 "트렌드"였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