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코 (Sicko 2007)
마이클 무어식의 유머가 영화 식코(Sicko 2007)에도 여지없이 녹아 있어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한계점에도 불과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그가 발표한 모든 영화에 무어식 유머와 장난끼가 가득하긴 하다^^)
극장안에서 키득키득 웃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는 걸 보더라도 이 영화는 그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지루하게 나열하기만 하는 그런 식의 영화는 아니다.
전반부에는 의료보험의 피해자, 의료보험회사의 정치적 로비로 정치인들을 매수하여 정책을 유지케 하는 수법들을 보여주고, 양심적인 보험회사의 의료이사진의 이야기를 통해 의료보험 회사의 존립 목적이 보험가입자의 생명보호와 건강증진에 있지는 않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다. 보험료 청구자를 서비스 받지 못하도록 얼마나 떨어뜨리냐에 따라 의료심사원의 연봉이 차등지급되는것을 보여주는 대목은 섬찟한 사실이다.
후반부에는 영국의 NHS와 프랑스의 의료보험제도, 쿠바의 의료보험제도를 보여줌으로써 어떤 정책이 국민들을 위한 의료보험정책인지 관객들에게 묻는다.
많은 사람들이 소득재분배에대해 찬성하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면 병원에 별로 가지 않는데도 당장 자기가 돈을 매달 지불하니까. 하지만 내가 건강하더라도 우리 아버지들이 받은 의료혜택과, 내 자식들이 받을 의료혜택등을 생각해보면 내가 내는 보험료가 과연 비싸고 가치가 없는 것일까?
공적보험은 "나"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생각하면 분명 손해다. 하지만 "우리"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제도도 없는것이다.
공적보험이 바로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 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마이클 무어는 그래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미국이 사회주의적 이라고 비난하는 사회의료보험제도가 그렇게 나쁜것이요?"
또한, 구급구조원들이 9.11사건에 봉사를 하고도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보여준다. 9.11사건 당시 소방관들과 구급구조원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로는 그들을 외면하고 천대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이클 무어는 이들을 관타나모로 데려간다. 그리고 관타나모의 수용소 앞에서 "그곳에 있는 테러리스트 만큼만 의료서비스를 받게 해달라"고 적들에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해주면서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던 구조원들은 천대하는 미국 시스템에 대한 시위인 셈이다.
그후 미국이 그렇게 싫어하는 쿠바로 가서 그곳의 의료보험 시스템 안에서 이들을 치료해 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영화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 할때 국민을 위한 제도는 만들어 지지 않는다.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 할때 국민을 위한 제도가 만들어진다"라고 그러면서 프랑스의 수많은 단체와 국민들의 시위 현장을 보여준다. 정말 그렇다. 정책을 입안하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께서 그들에게 후원금을 지불하고 로비를 하는 상위 1%안에 있는 대기업이나 단체를 위해 움직일지,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서민들을 위해 움직일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오는 것이다.
영화 식코(Sicko 2007)는 미국식 의료보험제의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2MB 정부의 시도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민영화가 된다면 보험회사는 좋고 돈 많은 사람은 좋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자기네들은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서민들은 한마디로 "아프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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