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분은 안나지만 완연한 봄이다.
곳곳에 벗꽃이 활짝 피었다 지고 있고, 패딩은 이제 옷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얇은 셔츠에 자켓을 걸치고 출근해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을 느낄뿐 오후의 햇살은 눈부시고 따뜻하다.
봄이 왔건만 맘이 따뜻하지 않은건, 사회적 거리가 멀어졌기때문이다.
누굴을 편히 만날 수도 없고 곳곳에 모임은 중지되거나 유보되고 있다.
그래도 봄은 봄이고 꽃은 자연의 이치대로 피고 진다.
코로나19도 곧 사그러들고 다시 많은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중지되었던 것이 재계되고, 유예되었던 것이 실행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더라도 삶은 계속된다.
세상 어느것이건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고 죽음이 있으면 또 부활이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절기중 부활은 부활절 계란과 함께 온다.
올해도 그렇다.
다만 다른 것이라면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 재의 수요일에 모이지 않았고, 세족식을 모여서 하지 않았다.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여정을 따라가고 있다.
언젠간 다시 교회에서 모일 것이고 다시 즐거운 얘기를 나눌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쩌면 다른 생각들을 더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모임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고, 인간은 참으로 보잘것 없는 존재고,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